은빛 수로유리등 수리공
A DAY IN NOVA NIVALIS
하로 벤딕
하로 벤딕은 은빛 수로에서 유리등을 고치는 수리공으로 산다. 깨진 등피, 흐려진 갓, 금 간 등롱을 받아 손으로 매만진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라 손이 앞서는 사람이라, 손님이 사연을 늘어놓아도 먼저 유리부터 들여다본다.
“여기 금 갔군.”— 하로 벤딕
조금 더 가까이.
겉으로 그는 무뚝뚝하고 느리다. 인사도 짧고, 칭찬도 짧고, 거절도 짧다. 그러나 속은 손끝만큼 섬세해서, 남이 아끼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법이 없다.
이 사람의 하루.
아침에 그는 놋쇠 램프 걸이와 어제 고친 등을 먼저 확인한다. 밤새 불이 잘 붙어 있었는지 그을음 자국을 살피는 일이 그의 하루를 여는 의식이다. 오전에는 수로변 등롱을 순회하며 금 간 곳을 입김으로 확인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