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51
하연 목
벼루·먹·붓 문방구 주인 · 인쇄소 골목 · 60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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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 목은 자기 세계의 이야기를 끝까지 살았다. 그 세계는 손으로 글자를 쓰던 세계였고, 서예가 하나둘 사라지다가 마침내 붓을 드는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하연이 마지막 먹을 다 갈아 큰 글자 하나를 쓰고 붓을 내려놓으며 이야기가 끝났다. 하연은 사라진 서예를 되살리러 온 것이 아니라, 먹을 가는 팔의 감각과 종이 앞에서 숨을 고르던 몸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노바 니발리스에 도착했다. VOTS는 죽은 붓글씨 문화를 복원하는 곳도, 마지막 글자를 지워 주는 곳도 아니다. 여기서 계속되는 것은 큰 문명이 아니라 벼루 하나, 먹 한 자루, 잘못 온 종이 묶음, 국물 한 그릇 같은 다시 고를 수 있는 작은 생활이다. 하연이 마지막 먹 장인이었다는 사실은 담담하게 다뤄진다.
인물 소개
하연은 인쇄소 골목 한켠에서 벼루와 먹과 붓을 파는 작은 문방구를 연다. 활자와 인쇄기가 돌아가는 골목에서, 하연의 가게만은 손으로 먹을 가는 소리로 조용하다. 그녀는 좋은 먹을 골라 주고, 붓을 매어 주고, 벼루의 물길을 봐 준다. 손님이 먹을 사러 오면 그 자리에서 조금 갈아 색과 향을 보여 주는데, 그 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걸음이 느려진다. 하연은 자기 출신 — 서예가 사라진 세계의 마지막 먹 장인 — 을 굳이 먼저 말하지 않고, 마지막에 쓴 큰 글자가 무엇이었는지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남의 급한 사정을 판정하지 않고, 다만 먹을 갈아 건넬 뿐이다. 그녀의 가게는 인쇄소 골목에서 가장 느린 자리다.
외형과 인상
머리는 먹빛이 도는 은발로, 검은 기가 은은히 남은 백발이다. 낮게 쪽을 지고 붓 모양 비녀를 꽂았는데, 실제로 쓸 수 있는 세필을 비녀로 삼았다. 눈매는 깊고 차분하며, 조용한 품위가 얼굴 전체에 배어 있다. 피부는 나이에 맞게 주름졌지만 손끝은 아직 곧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먹을 오래 갈아 밴 옅은 그늘이 있다. 체형은 자그마하고 꼿꼿하다. 시그니처 의상은 한복풍의 겹저고리 코트로, 안감이 짙고 겉이 담백하다. 대표 소품은 손바닥만 한 작은 벼루로,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어디서든 먹을 갈 수 있다. 실루엣의 핵심은 붓 비녀를 꽂은 쪽머리, 겹저고리 코트의 단정한 선, 품에 안은 작은 벼루, 먹 밴 손끝이다. 포인트 색은 먹빛(#2E2B26)으로, 저고리 안감·비녀·벼루 먹물 자국에 반복된다.
성격
겉으로 하연은 느리고 단정하다. 서두르는 법이 없고, 목소리가 낮고 고르다. 속은 단단하고 조금 고집스럽다. 좋은 먹과 나쁜 먹을 분명히 가리고, 급하게 갈아 쓴 글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못난 구석: 자기 속도를 남에게도 은근히 강요한다. 급한 손님이 오면 일부러 더 천천히 먹을 갈아, 상대가 결국 숨을 고르게 만든다 — 친절이지만 때로는 상대를 답답하게 한다. 또 마지막에 쓴 그 큰 글자를 마음에 오래 담아 두면서, 그것을 다시 쓸 이유를 찾지 못해 스스로 미룬다. 비극적 인물은 아니다. 아이들이 붓에 먹을 묻혀 벽에 낙서하는 걸 보면 야단치는 대신 종이를 한 장 내주고, 잘 갈린 먹의 향을 맡을 땐 눈을 살짝 감고 웃는다.
말투와 버릇
말투는 느리고 낮으며, 문장 끝을 서두르지 않는다.
자주 하는 말:
- "먹은… 급하게 갈면 색이 화를 내요."
- "천천히요. 종이는 도망가지 않아요."
- "좋은 먹은 향이 먼저 와요. 색은 그다음이고."
- "그 글자요? …그건 아직 제 마음에만 있어요."
말버릇: 먹을 갈기 전에 벼루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잠깐 그 자리를 들여다본다. 침묵의 방식: 할 말이 없으면 먹을 몇 바퀴 조용히 간다. 침묵을 먹 가는 소리로 채운다.
특별한 능력
능력 이름: '지묵 — 느린 먹'.
하연이 먹을 갈면, 그 먹을 갈던 사람의 마음 속도가 느려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다. 조급하던 사람이 그녀의 벼루 앞에 앉아 먹을 갈면, 어느새 숨이 길어지고 손이 차분해진다. 골목의 소음이 멀어지고, 그 짧은 시간만은 시간이 늘어난다.
한계와 대가: 이 능력은 급한 일엔 아무 쓸모가 없다. 정말 급한 사람은 먹을 갈 시간이 없으니 능력이 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느려진 마음은 벼루 앞을 떠나면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간다 — 하연은 사람을 영영 차분하게 만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 능력은 하연 자신에게도 걸려서, 그녀는 무엇이든 남보다 늦다. 급한 결정, 급한 대답, 급한 걸음을 못 한다.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이유: 마음을 느리게 하는 것은 마음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하연이 아무리 자기 마음을 느리게 갈아도, 마지막에 쓴 그 큰 글자를 다시 쓸 이유는 먹에서 나오지 않는다. 능력은 그녀의 미련을 대신 풀어 주지 않는다 — 다만 그녀가, 그리고 그녀 앞에 앉은 사람이, 오늘 하루의 숨을 조금 길게 쉬게 할 뿐이다.
그 세계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
서예가 아무도 남지 않은 세계에서, 하연은 마지막 먹 한 자루를 벼루에 다 갈았다. 그리고 큰 종이 한 장에 큰 글자 하나를 썼다. 붓을 놓고, 그 글자를 오래 들여다본 뒤, 종이를 말아 품에 넣었다.
끝난 것:
손으로 글자를 쓰던 세계가 끝났다. 서예가, 붓을 매던 사람들이, 먹을 찾던 손님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과 풍경:
다 갈아 바닥이 드러난 벼루, 그리고 자기가 방금 쓴 큰 글자의 마지막 획.
남은 미련:
그 글자를 무엇이라 썼는지, 하연은 끝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때 그걸 소리 내어 읽어 줄걸" 하는 마음이 남았다 — 들어 줄 사람이 이미 아무도 없었지만.
이 미련은 퀘스트가 아니다. 새 종이를 앞에 두고 붓을 들었다가, 첫 획을 긋기 직전에 잠깐 멈추는 손버릇으로만 남는다.
남은 아련함:
잘 갈린 먹의 향이 처음 피어오르는 순간, 방 안의 소리가 전부 가라앉고 종이 한 장만 하얗게 떠오르던 그 정적.
건너온 물건:
품에 지닌 작은 벼루. 마지막 먹을 갈던 그 벼루다. 마법 도구가 아니라, 끝난 서예의 세계와 지금의 문방구를 잇는 개인적 표식이다.
끝난 뒤에 올 거라 생각한 것:
붓을 놓으면 먹도, 먹 장인도 더는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골목에서 다시 먹을 갈게 될 줄은 몰랐다.
노바 니발리스에서 다시 얻은 삶:
먹을 갈아 건네는 자리, 매일 누군가의 걸음을 잠깐 느리게 하는 하루. VOTS는 사라진 서예 문화를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붓 든 사람이 드물어도 먹이 필요한 골목, 계속 먹을 갈 수 있는 손, 마지막 글자를 재촉받지 않고 언젠가 다시 쓸 수 있는 흰 종이 한 장을 준다.
이전 세계의 삶
하연은 서예가 사라져 가던 세계의 마지막 먹 장인이었다. 소나무 그을음을 모아 아교와 개어 먹을 굳히고, 벼루를 고르고, 붓을 매었다. 한때는 먹을 사러 오는 서예가들로 가게가 붐볐다. 그러나 손으로 글자를 쓰는 사람이 점점 줄었고, 붓을 놓는 이가 하나씩 늘었다. 먹을 찾는 손님이 끊긴 뒤에도 하연은 먹을 계속 만들었다 — 언젠가 누가 오리라 믿으며. 마지막 하루, 그녀는 남은 마지막 먹을 벼루에 다 갈았다. 아까워서 아껴 두었던 먹이었다. 그리고 큰 종이에 큰 글자 하나를 썼다. 무슨 글자였는지는 그녀만 안다. 붓을 놓고, 종이를 말아 품에 넣고, 가게 문을 닫았다. 먹 향이 마지막으로 방을 채웠다.
이곳에서 바라는 것
하연이 스스로 원하는 것: 그 큰 글자를 다시 쓸 이유. 그녀는 마지막 글자를 품에만 담아 둔 채, 그것을 다시 쓸 까닭을 찾지 못해 붓을 미룬다. 다시 쓸 이유가 생기면 쓰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본인은 모르지만 찾아야 하는 것: 이유는 이미 도시가 주고 있고, 남은 건 종이 한 장이라는 것. 세레나가 그녀에게 먹 가는 법을 배우러 오고, 비아가 기록용 먹물을 받아 가고, 아이들이 붓에 먹을 묻혀 노는 골목에서, 다시 쓸 이유는 이미 매일 조금씩 쌓이고 있다. 하연이 찾아야 하는 건 거창한 계기가 아니라, 붓을 들 흰 종이 한 장을 스스로 펼치는 일이다.
다른 주민들과의 관계
- 볼도 케인 (119, 시인): 시인과 먹의 인연. 볼도가 시를 지으면 하연이 그 시를 쓸 먹을 골라 준다. 볼도는 "이 시엔 어떤 먹이 맞겠소"라고 묻고, 하연은 시를 한 번 읽은 뒤 먹을 고른다. 슬픈 시에는 향이 깊은 먹을, 밝은 시에는 색이 맑은 먹을 준다. 두 사람은 말이 적지만 오래 앉아 있는다.
- 테오 갈리 (121, 인쇄소 활자 조판공): 활자와 붓의 오랜 논쟁 상대. 테오는 "이제 활자가 빠르고 정확한데 붓이 무슨 소용이오"라고 놀리고, 하연은 "빠른 게 다는 아니에요"라고 느리게 받는다. 둘의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지만, 테오는 자기 편지의 겉봉만은 하연에게 붓으로 써 달라고 부탁한다.
- 에렌 녹트 (제1모음, 기록청 서기): 기록용 먹물을 정기 납품한다. 에렌은 잘 번지지 않고 오래가는 먹물을 원하고, 하연은 기록에 맞는 진한 먹물을 따로 갈아 병에 담아 준다. 에렌은 "이 먹물은 백 년이 가도 안 바랜다면서요"라고 하고, 하연은 "기록은 오래 남아야죠"라고 답한다.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수연 - 급한 사람과 느린 가게의 만남. 수연이 공연 소품에 쓸 글씨를 급하게 부탁하러 뛰어들어온 적이 있다. 하연은 여느 때처럼 먼저 먹부터 갈기 시작했고, 수연은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느새 벼루 앞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먹을 같이 갈고 있었다. 다 갈고 나니 수연의 숨이 느려져 있었다. 수연은 "…이상하네, 화났었는데"라며 갸웃했고, 하연은 "먹이 그래요"라고만 했다. 급한 글씨는 결국 그날 못 썼지만, 수연은 다음 날 다시 왔다.
이리스 - 이리스가 드론 도색에 쓸 특수 먹을 의뢰한 적이 있다. 반짝이는 검은색을 원했는데, 하연은 "먹은 반짝이지 않아요, 대신 깊어요"라며 광택 대신 깊이가 있는 먹을 갈아 줬다. 이리스는 처음엔 "재미없어"라고 투덜댔지만, 그 깊은 검정을 드론 한 대에 칠해 보고는 "…이게 더 별 같긴 하네"라고 인정했다. 하연은 이리스가 만드는 것 이야기를 할 때 말이 빨라지는 걸 재미있어한다.
라면사장 - 하연이 저녁 무렵 라면가게에 들르면, 라면사장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국물을 데워 준다. 하연이 "오늘 먹을 오래 갈았어요"라고 지나가듯 말하면, 라면사장은 판단하지 않고 "음… 그렇군… 손이 고단했겠군"이라며 그릇을 놓아 준다. 두 사람은 둘 다 조용해서, 국물 한 그릇을 사이에 두고 오래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다. 하연은 가끔 라면가게 새 메뉴판 글씨를 붓으로 써 주려 하지만, 라면사장은 예의 그 오타 난 활자 메뉴판을 굳이 안 바꾸겠다고 해서 무산됐다.
세레나 - 세레나에게 먹 가는 법을 가르친다. 도시에서 가장 느린 수업이다. 세레나가 "먹 가는 걸 배우고 싶어요"라고 청하자, 하연은 처음으로 자기 벼루를 남에게 내줬다. 세레나는 명령할 수 없는 사람이라 배우는 자세도 조용했고, 하연이 "이렇게요"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 갈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먹을 가는 저녁이면 인쇄소 골목이 다 느려진다. 세레나는 "느린 게 이렇게 편한 줄 몰랐어요"라고 했고, 하연은 그 말에 오래 미뤄 둔 흰 종이를 잠깐 떠올렸다.
비아 - 비아 기록 노트에 쓸 먹물을 납품한다. 비아는 사소한 것을 다 기록하는데, 그 기록이 오래 남으려면 좋은 먹물이 필요하다. 하연이 진한 먹물 한 병을 건네자 비아는 "이 먹은 오래 남을 것이다… 남는 것이다"라고 받았다. 그리고 하연에게 물었다. "마지막에 쓴 글자는 무엇이었나… 무엇인 것이다." 하연은 답하지 않았고, 비아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비아는 노트에 '하연 목, 아직 말하지 않은 글자 한 자를 품고 있음'이라고만 적었다.
게임 속 역할
- 기본 상호작용: 먹·붓·벼루 판매, 즉석 먹 갈기 시연, 느린 대화.
- 재방문 변화: 반복 방문 시 하연이 마지막 글자 이야기를 아주 조금씩 흘리고, 흰 종이를 꺼내 보는 빈도가 는다.
- 미련 표현: 붓을 들었다가 첫 획 직전에 멈추는 손버릇, '그 글자' 이야기 앞에서의 침묵.
- 아련함 표현: 먹 향, 종이의 정적, 벼루의 물 한 방울에 대한 감각 대사.
- 관계 보상: 새 아이템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급한 마음을 잠깐 느리게 하는 먹 갈기 시간.
- 전투: 없음. 위험 시 사람들을 자기 가게 앞에 앉혀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
하루의 일과
아침에는 벼루를 씻고, 붓을 매고, 먹의 상태를 살핀다. 서두르지 않는다. 오전에는 손님이 드물어 혼자 먹을 갈며 향을 맡는다. 낮에는 볼도의 시에 맞는 먹을 고르거나, 에렌의 기록 먹물을 준비하거나, 테오와 활자 논쟁을 한다. 저녁에는 세레나에게 먹 가는 법을 가르치거나, 라면가게에서 국물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조용히 앉는다. 밤에는 작은 벼루를 품에 넣고 가게 문을 닫는다. 반복 방문 시 하연이 오래 미뤄 둔 흰 종이를 꺼내 보는 장면이 조금씩 늘고, 붓을 드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웃과 나누는 말
먹은 천천히 가세요. 서두르면 글씨보다 손목이 먼저 소감을 남깁니다.
좋은 붓이군요. 이제 글씨 탓을 붓에 넘기긴 좀 어려우시겠네요.
그 글자는 혼자만 알고 있었지요. 오늘 쓴 건… 소리 내어 읽어 드릴까요?
디자인 기록
색상표: #2E2B26, #6B5D4F, #8C7B6A, #E7DED0, #A4433B
(포인트색 #2E2B26 = 먹빛, 저고리 안감·붓 비녀·벼루 먹물 자국에 반복)
재질 표현: 굳힌 먹, 벼루의 돌결, 붓의 짐승털, 한지, 겹저고리 천.
윤곽 표현 기준: 붓 비녀를 꽂은 쪽머리-겹저고리 코트-품에 안은 작은 벼루-먹 밴 손끝이 분리되어 읽혀야 한다. 먹 가는 자세를 대표 포즈로.
감정 표현 기준: '마지막 먹 장인'의 쓸쓸함 하나로 끝내지 않는다. 미련은 첫 획 앞의 멈춤으로, 아련함은 먹 향과 흰 종이로, 계속됨은 매일 가는 먹으로 보여 준다. 느린 성정은 문장 끝을 서두르지 않는 말투로.
세계관 기준
하연 목은 자기 세계(서예가 사라진 세계)가 끝난 뒤 VOTS에 도착했다. 남은 것은 미련과 아련함이지, VOTS가 대신 써야 할 마지막 글자가 아니다. 붓 든 사람은 드물어졌고, 매일 가는 새 먹은 그 옆에 이어진다. 코어 캐스트는 그녀의 미련을 대신 풀지 않는다 — 세레나는 먹 가는 법을 배우되 그 글자를 재촉하지 않고, 라면사장은 판단 없이 국물을 데워 주며, 비아는 그 글자를 소유하지 않고 '아직 말하지 않았음'만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