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057
이노 마레
그림자 벽화가 · 폐극장 거리 ·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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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 마레는 VOTS에 오기 전, 자기 세계의 이야기를 마지막 벽화까지 살았다. 미완의 사건을 마저 풀러 온 것이 아니라, 마지막 붓질 이후에도 손톱 밑에 밴 물감의 감각과 회칠로 지워진 벽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노바 니발리스에 닿았다. VOTS는 사후세계도, 심판의 방도, 상처를 억지로 낫게 하는 병원도 아니다. 여기서 계속되는 것은 거대한 운명이 아니라 한 끼의 식사, 골목 인사, 잘못 배달된 물건, 눈 오는 날의 짧은 대화처럼 다시 고를 수 있는 작은 생활이다. 그녀의 세계는 끝났고, 그 사실은 취소되지 않는다. 다만 그 곁에 새로운 벽이 이어질 뿐이다.
인물 소개
이노 마레는 폐극장 거리의 벽에 그림자를 그리는 벽화가다. 그녀가 그린 그림자는 정오의 해 아래에서도 지워지지 않아, 거리의 빈 벽에 사람과 사물의 형상이 종일 드리운다. 그녀의 일은 도시의 회색 벽을 그냥 두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기능은 장식이 아니라 도시에 실제로 남는 노동이다. 그녀는 남에게 자기 그림의 뜻을 설명하지 않고, 누가 봐 주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비가 오면 지워질 그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다시 그린다.
외형과 인상
헤어는 잉크처럼 새카만 비대칭 보브로, 한쪽이 길게 내려와 한쪽 눈을 덮는다. 드러난 눈은 짙은 회갈색이고 시선이 날카롭다. 피부는 실내 작업이 많아 창백하며, 손톱 밑에는 늘 물감이 끼어 있다. 체형은 마르고 움직임이 재다. 시그니처는 큰 숄더백에 아무렇게나 꽂힌 붓들로, 굵기와 길이가 제각각이다. 의상은 페인트가 튄 검은 작업 점퍼에 물감 얼룩이 밴 부츠다. 대표 소품은 그 붓 다발과, 벽에 대고 형태를 잡을 때 쓰는 검은 목탄 조각이다. 실루엣의 핵심은 한쪽 눈을 덮은 비대칭 보브와 붓이 삐죽삐죽 꽂힌 숄더백, 페인트 튄 부츠다. 포인트색 잉크 블랙과 짙은 남보라는 머리칼과 그녀가 그리는 그림자에 실려 폐극장 거리 스프라이트에서 '벽에 그림자를 남기는 사람'을 읽게 한다.
성격
이노 마레는 무뚝뚝하고 말이 적지만, 벽 앞에서는 몇 시간이고 집중한다.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거리를 두는 화가지만, 속으로는 자기 그림이 또 지워질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강점은 지워질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끈기이고, 못난 구석은 관객이 그림 앞에 서면 괜히 자리를 뜨는 소심함이다. 칭찬을 들으면 어색해서 붓을 정리하는 척한다. 비극만 안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새 벽을 발견하면 눈이 반짝이고, 자기 그림자가 정오에도 안 지워지고 버티는 걸 보며 남몰래 웃는다. 검열로 끝난 벽화 운동의 마지막 화가였던 습관이 남아,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이게 또 지워지면'을 생각하지만, 이제 지우는 것은 검열관이 아니라 그저 비다.
말투와 버릇
어미는 짧고 툭툭 끊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주 하는 말: "또 그리면 돼.", "설명 안 해.", "비 오면 지워져. 그전까진 있어.", "보든 말든 상관없어.", "…벽이 좋아서 그래." 말버릇은 그림을 다 그린 뒤 한 발 물러서서 "됐네" 하고 낮게 내뱉는 것이다. 침묵의 방식은 붓 씻기다.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그녀는 말 대신 물통에 붓을 담가 휘휘 젓는다. 물이 검게 번지는 그 시간이 그녀의 대답이다.
특별한 능력
능력명: '정오의 그림자'. 그녀가 벽에 그린 그림자는 정오의 해 아래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빛이 아무리 강해도 그녀의 그림자는 제자리에 드리운 채 남는다. 한계와 대가는 분명하다 — 비가 오면 그 그림자는 씻겨 사라지고, 그녀는 비를 막을 수 없다. 즉 이 능력은 그림자를 낮 동안 붙잡아 둘 뿐, 영원히 남기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능력은 벽에만 통한다. 사람의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 이를테면 누군가의 오래된 상처 같은 것은 그녀가 지워 줄 수도 그려 줄 수도 없다. 도시의 규칙은 그대로다. 회칠로 지워진 벽화들은 그녀의 손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그녀는 그림자를 그릴 뿐 사람을 대신 드러내 주지는 못한다.
그 세계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
검열관들이 마지막 벽화 위에 회칠을 하던 날, 이노는 물러서서 자기 그림이 하얗게 덮이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붓을 놓지 않은 채, 흰 페인트가 색을 삼키는 걸 봤다.
끝난 것:
그녀의 세계에서 벽화 운동이 검열로 끝났고, 벽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일이 통째로 금지됐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과 풍경:
회칠이 마지막 색을 덮는 순간의 하얀 벽과, 그 아래 아직 마르지 않은 자기 물감의 붉은 테두리.
남은 미련:
그녀는 늘 관객을 위해 그린다고 믿었는데, 마지막 벽화가 지워질 때 정작 아무도 그 앞에 없었다. 누구를 위해 그렸던 건지 끝내 답하지 못했다. 이 미련은 VOTS가 풀어 줘야 할 퀘스트가 아니다. 이노가 원할 때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선택을 대신 바꾸지 않는 선에서 그녀의 붓질에 조용히 남는다.
남은 아련함:
벽화가 완성되던 순간, 마른 물감에서 나던 미세한 냄새와, 해가 벽을 가로지르며 그림자를 길게 늘이던 오후의 빛.
건너온 물건:
끝이 뭉툭해진 검은 목탄 조각. 세계관 유물도 마법 도구도 아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증거이자, 회칠된 벽과 지금의 폐극장 거리를 잇는 개인적인 표식이다.
끝난 뒤에 올 거라 생각한 것:
벽화가 지워져도 언젠가 다시 그릴 벽이 허락될 거라 믿었지만, 그 세계에서는 끝내 허락되지 않았다.
노바 니발리스에서 다시 얻은 삶:
검열관이 지우는 벽 대신, 비만 지우는 벽을 준다. 매일 그녀는 지워질 걸 알면서도 다시 그리고, 아무도 그걸 막지 않는다. VOTS는 그녀의 결말을 취소하지 않는다. 대신 끝났다는 사실과 함께 그릴 수 있는 새 벽, 곁에 있어도 지배하지 않는 관계, 그림을 소유하지 않고 다만 남길 수 있는 선택을 준다.
이전 세계의 삶
이노 마레는 검열로 끝난 벽화 운동의 마지막 화가였다. 도시의 회색 벽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자로 그려 넣었고, 그 벽화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대신 말했다. 그녀의 일은 벽을 목소리로 만드는 것이었고, 그녀는 그 일을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했다. 마지막 하루의 그녀는 이랬다. 검열관들이 남은 벽화를 지우러 왔을 때, 그녀는 도망치지 않고 물러서서 지켜봤다. 흰 회칠이 자기 그림을 한 겹씩 덮는 동안, 그녀는 붓을 손에 쥔 채 서 있었다. 마지막 색이 사라지자, 그녀는 뭉툭한 목탄 조각 하나만 챙겨 그 거리를 등지고 걸어 나왔다.
이곳에서 바라는 것
겉으로 찾는 것: 지워져도 다시 그릴 이유. 그녀는 어차피 지워질 그림을 왜 또 그리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 한다.
본인은 모르지만 찾아야 하는 것: 그 이유가 관객이 아니라 벽 자체라는 것. 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벽이 거기 있는 한 그린다는 것, 그리는 행위 자체가 답이라는 걸, 이 도시가 천천히 알려 준다.
다른 주민들과의 관계
- 마엘 허시(17, 무성영화 장면 연출자·끝눈 플랫폼 주변): 장면 연출을 함께 하는 협업 상대. 마엘이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면 이노가 그 뒤 벽에 그림자를 그려 배경을 만든다. 둘은 대사 없이 그림자와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세운다.
- 사이 무레(34, 잉크·물감 조제사·오래된 종탑길): 그녀의 물감 공급처. 사이가 조제한 검은 물감이 이노의 그림자에 딱 맞아, 그녀는 다른 검정은 안 쓴다. 사이는 "이 검정은 맛이 차네"라고 하고, 이노는 "쓰기 좋으면 됐어"라고 받는다.
- 호로 미미(82, 김서림 창문 그림사·김서림 목욕탕 골목): 그녀를 따르는 후배. 호로가 창문에 김서림 그림을 그리면 이노가 지나가다 한 마디 훈수를 두고, 호로는 그걸 존경 어린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둘 다 '마르면 사라지는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수연 - 공연장 벽에 응원 그림자를 그려 준 사이. 수연의 공연 무대 뒤 벽에 이노가 얼음검을 든 그림자를 그려 넣자, 수연이 "이거 나야? 멋있게 그렸네!"라고 좋아했다. 이노는 어색해서 "…벽이 비어 있어서 그린 거야"라고 둘러댔다. 비가 와서 그 그림자가 지워진 날, 수연이 "또 그려 줘"라고 했고, 이노는 말없이 다시 그렸다.
이리스 - 무대 그림자 연출을 두고 얽힌 사이. 이리스가 드론 조명으로 무대에 빛을 깔면, 이노가 그 빛에 맞춰 벽에 그림자를 그려 깊이를 더한다. 이노는 이리스의 꺼진 드론이 만드는 어두운 자리를 그림자로 채워 주면서도, 왜 하나가 꺼져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리스는 그 무심함을 편하게 여긴다.
라면사장 - 가게 뒷벽에 몰래 라면 그림을 그려 둔 사이. 이노가 라면가게 뒷벽에 김 오르는 라면 한 그릇의 그림자를 그려 넣었고, 사장은 그걸 알고도 모른 척한다. 비가 와서 지워지면 이노가 슬그머니 다시 그리고, 사장은 "음… 그렇군…" 하며 그 벽 앞에 국물 한 그릇을 놓아둔다. 둘 다 그 그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세레나 - 벽 하나를 통째로 동의로 얻은 사이. 이노가 폐극장 거리의 큰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자, 세레나는 허가증을 주는 대신 "이 벽은 네가 써도 좋아. 지워지든 남든, 네 몫이야"라고만 했다. 이노는 명령이 아니라 동의로 벽을 내어 주는 그 방식이 낯설었고, 처음으로 검열을 걱정하지 않고 붓을 들었다.
비아 - 지워진 그림자를 기록하는 사이. 이노의 그림이 비에 씻겨 사라질 때마다, 비아가 그 그림자가 있었다는 걸 문 앞 쪽지에 적어 둔다. 이노가 "지워진 걸 왜 적어"라고 하자 비아는 "그렸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비아는 이노에게 지워지지 않게 그리라고 하지 않는다. 데려가는 것은 없고, 다만 그림자가 있었다는 기록만 남는다.
게임 속 역할
- 기본 상호작용: 벽화 그리는 것 지켜보기, 그림자에 대한 짧은 대화, 지워진 벽 다시 보기.
- 재방문 변화: 첫 방문에는 무뚝뚝하게 그림만 그리고, 반복 방문하면 지워짐과 관객 이야기를 조금씩 흘린다. 이전에 들은 말을 기억하되 상대의 허락 없이 결론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 미련 표현: 누구를 위해 그렸는지 이야기가 나올 때 붓을 물통에 담가 젓는 반복, "지워져도 다시 그리는 건—"에서 흐려지는 말끝.
- 아련함 표현: 마른 물감 냄새, 오후의 빛, 길어지는 그림자에 대한 감각 대사.
- 관계 보상: 새 아이템보다, 비어 있던 골목 벽 하나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작은 변화.
- 전투: 없음. 위험 상황에서도 그녀의 기능은 벽에 방향 표시를 그려 대피로를 만드는 것이다.
- 플레이어 선택: 그림 지켜보기, 지워진 뒤 다시 와 보기, 물감 건네기, 다시 찾아오기.
하루의 일과
아침에는 그날 그릴 벽을 정하고, 목탄으로 형태를 잡는다. 이 준비는 강박이 아니라, 회칠된 벽과 지금의 벽을 분리하는 작은 의식이다. 낮에는 벽에 그림자를 그리고, 정오의 해가 지나가도 그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 걸 남몰래 확인한다. 오후 무렵 빛이 벽을 길게 가로지를 때, 그녀는 옛 벽화 운동의 마지막 오후를 잠깐 떠올렸다가 지금의 거리 빛과 겹쳐 본다. 비가 오면 그림이 씻기고, 그녀는 다음 날 다시 그린다. 반복해서 찾아오면 그녀의 시니컬함 사이로 벽과 관객 이야기가 늘어난다. 충분히 친해져도 그녀는 옛 거리로 돌아가는 길을 보상으로 주지 않는다. 대신 비어 있던 골목 벽 하나가 그림자로 채워지는 변화가 생긴다.
이웃과 나누는 말
설명은 안 해. 네가 닭으로 봤으면 닭이야. 내가 그린 건 말이지만.
거기 서 있어 봐. 네 그림자가 내 구도보다 나아. 기분 나쁘네.
벽이 지워지던 날은 보는 사람이 없었어. 지금은 네가 뭘 봤는지 좀 듣고 싶어.
디자인 기록
색상표: #343148, #8A8596, #C7452F, #E5E1E8, #5A566A
재질 표현: 거친 회벽, 검은 물감과 목탄, 페인트 튄 작업 점퍼, 낡은 붓의 나무 손잡이, 젖어 번지는 물감 물.
윤곽 표현 기준: 한쪽 눈을 덮은 비대칭 보브와 붓이 꽂힌 숄더백, 페인트 튄 부츠가 분리되어 읽혀야 하며, 다른 캐릭터의 대표 형태와 겹치지 않는다.
감정 표현 기준: '비극적인 표정' 하나로 끝내지 않는다. 미련은 붓을 젓는 손짓으로, 아련함은 마른 물감 냄새와 오후의 빛으로, 계속됨은 매일 다시 그리는 그림자로 보여 준다.
세계관 기준
이노 마레는 자기 세계의 벽화 운동이 검열로 끝난 뒤 VOTS에 도착했다. 남은 것은 누구를 위해 그렸는지에 대한 미련과, 오후의 빛에 대한 아련함이지, VOTS가 대신 풀어야 할 미완성 플롯이 아니다. 그녀의 능력은 그림자를 낮 동안 붙잡을 뿐 사람의 마음은 그려 주지 못하고, 세레나는 벽을 명령이 아니라 동의로 내어 줬으며, 비아는 지워진 그림을 데려오지 않고 다만 기록으로 남긴다. 노바 니발리스의 새 벽은 그녀의 회칠된 벽화를 지우지 않고 그 옆에 조용히 이어진다.


